집집마다 제사를 지내는 집이 많으실 텐데요. 저도 명절 때마다, 그리고 제삿날이 돌아오면 큰집에 가서 제사를 지내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따라 했지만, 이제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씩 잘 알아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종갓집처럼 일 년에 제사를 수도 없이 지내는 집이 아니라면 대개 1년에 많아야 서너 번 일텐데요. 신기하게도 제사를 지낼 때마다 놓는 방법이나 순서를 까먹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제사상 차리는 법에 대해 한 번 살펴볼게요.
<제사상 차리는 법>
1. 남좌여우(男左女右)
산 사람의 상 차림과 반대입니다. 수저를 중앙에 놓고, 밥은 왼쪽, 국은 오른쪽에 놓습니다.
2. 반서갱동(飯西羹東)
남자 조상의 신위, 밥, 국, 술잔은 왼쪽에 놓고, 여자 조상은 오른쪽에 놓습니다. 남자조상은 왼쪽, 여자 조상은 오른쪽에 위치합니다.
3. 어동육서(漁東肉西)
고기는 왼쪽에 생선은 오른쪽에 놓습니다.
4. 두동미서(頭東尾西)
꼬리는 왼쪽, 머리는 오른쪽을 향합니다.
5. 생동숙서(生東熟西)
나물은 왼쪽, 김치는 오른쪽에 놓습니다.
6. 좌포우혜(左脯右醯)
북어, 대구, 오징어포 등의 포는 왼쪽에 놓고, 식혜, 수정과 등의 삭힌 음식은 오른쪽에 놓습니다.
7. 조율이시(藻栗梨枾)
보통 진열하는 왼쪽부터 대추, 밤, 배, 감 순서로 놓습니다.
8. 홍동백서(紅東白西)
예서에 따라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 놓습니다.
제사상에 올라가는 음식은 집집마다, 그리고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데요. 과일 같은 경우 사과와 배는 꼭 들어가지만, 거기에 더해서 제철 과일을 더 올리는 것 같고요. 국은 구정의 경우 떡국을, 추석이나 제삿날에는 탕국을 올립니다. 제사상을 차릴 때는 꼭 빠지면 안 되는 음식이 있는데 밥, 술, 대추, 밤, 물은 꼭 있어야 한다고 해요. 그리고 피해야 하는 음식이 있는데 하나는 '치'자로 끝나는 생선(꽁치, 갈치, 삼치)입니다. 이런 생선은 흔하고 천한 생선으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리고 복숭아, 고춧가루, 마늘은 귀신을 쫓아낸다고 하여 제사상에 올리지 않는다고 해요.
<차례 지내는 순서>
대문을 열어놓고 병풍을 치고, 제사 준비를 합니다. 요즘은 공동주택에 많이 살기 때문에 현관문을 조금씩 열어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주가 신위 앞으로 나가서 향을 올리고 잔에 술을 따른 뒤에 향불 위에서 세 번 돌린 다음 모사그릇에 3번에 나눠 붓고 두 번 절합니다.
모든 사람이 두 번 절합니다. 여자는 네 번 절한다고 하지만, 요즘에는 두 번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듯합니다.
제주가 첫 번째 잔을 올립니다. 술잔에 7부 정도 채워 올리고, 메(밥그릇) 뚜껑을 엽니다. 제주 이하 전원이 꿇어 앉고 축문을 읽는 사람이 제주 왼편에 않아서 읽습니다. 축문은 제주가 읽어도 됩니다.
두 번째 올리는 잔은 첫째 며느리가 올리게 되어 있으니 실제 관행되는 제사에는 이 부분은 많이 빠진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마지막 올리는 잔은 제관 중에 나이가 많은 어른이 합니다. 마지막으로 제주가 모든 술잔에 술을 가득 채우고 숟가락을 메에 꽂고, 젓가락을 정돈합니다. 다음으로 조상님이 음식을 잡수시는 시간 동안 자리를 비웁니다. 숭늉을 올린 뒤에 메를 조금 떠서 숭늉에 말아둡니다. 잠시 후 수저를 거두고 메 뚜껑을 덮습니다. 모두 두 번 절하고 지방과 축문을 불사릅니다. 상을 치우고 음식을 나누어 먹습니다.
순서는 이렇지만 집집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저희 집은 제사상을 차리고 술을 올린 뒤에 절을 두 번씩 하고 마무리하는 편입니다. 큰집 어른들이 기독교라서 향 대신 초를 피워놓으시더군요. 며느리들의 경우 첫 제사에만 절을 하고 그 뒤로는 절을 잘 안 하는 편이고요. 이렇게 집집마다 문화가 다르니 어른들이 하는 것을 잘 봐두셨다가 따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성균관 차례상 표준안>
얼마 전 추석 명절 즈음에 유교 전통문화를 보존해온 성균관에서 차례상 표준안이라는 것을 발표했는데요. 성균관 의례 정립 위원회가 발표한 차례상 표준안에 따르면 간소화한 차례상의 기본 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적), 김치, 과일, 술 등 6가지라고 해요. 여기에 조금 더 올린다면 육류, 생선, 떡을 놓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성균관에서는 조상을 기리는 마음이 음식의 가짓수에 있지 않으며 최대 9가지면 된다고 했다네요. 또한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도 올릴 필요가 없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동안 예법이라고 생각했던 홍동백서나 조율이시 같은 법이 옛 문헌에는 없는 표현이라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자 그동안 예법에 맞춰서 제사를 지내온 분들이 혼란스러울 것 같은데요. 사실 제사상이라는 것이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각자 자신의 집 문화에 맞게 지내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최근에는 제사도 거의 간소화되거나 아예 생략하는 집들이 늘어나는 추세이긴 합니다.
곧 해가 바뀌고 설이 돌아오는데요. 모두 차례 잘 지내시고, 화목한 가정 되시기를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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